중국 건축이야기 ③ 독특한 중국의 민가 ‘토루’, ‘요동’

 

중국은 넓은 영토와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여러 종류의 독특한 양식의 민가도 있다. 민가의 형식에는 그 지역에서 오랜 시간 환경과 싸우며 생존해 온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현대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형식에 녹아있는 역사와 배경을 이해한다면, 현재의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형태의 민가 중 토루와 요동을 소개한다.
 
세계문화유산 ‘토루(土壘)’


‘토루’라는 이름은 가옥의 외벽을 흙으로 단단히 다져서 만든 것에서 기원한다. 고대 중국의 중원은 오랜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잘 살 수 없는 환경이어서 한족의 일부가 강남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이주한 한족들은 토지를 두고 토착민들과 경쟁하였고, 약탈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생명과 자산의 보호를 위한 안전한 가옥을 만들어야 했고, 여기에 농업과 무역으로 벌어들인 자본이 더해져 토루라고 하는 독특한 대형 가옥이 만들어 졌다.

현재 많은 수의 토루가 남아있지만, 가장 유명한 건 푸젠성의 토루이다. 푸젠성의 토루는 송원시대(11~13세기)에 지어져서, 명나라 떄 확대 되었으며, 20세기까지 지어졌다. 특히 담배와 차 생산이 증가하면서 경제력이 좋아진 17세기 이후가 토루의 절정기였다고 한다.


토루 한채에는 대략 100개의 방이 있는데, 큰 규모의 토루에는 400개의 방이 있어 800명 정도의 사람이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토루 한채가 한 씨족의 마을 역할을 했으며, 한 씨족 사람들은 하나의 토루 안에서 공동으로 생활하고 공동으로 마을을 방어했다.


토루와 관련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


-1980년대 초반 미국CIA는 중국의 위성사진에서 핵미사일 기지로 보이는 여러채의 시설을 발견하였는데, 원형 토루였다.
-폐쇄적인 외형과는 달리, 내부는 소통이 원활한 구조로 여러 가족이 어울려 살기 쉽게 설계되었다. 이에 영감을 받아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토르 형태로 만들어진 학생 기숙사가 있다.
-디즈니 만화영화 뮬란에서 뮬란 가족이 토루에 사는 걸로 나오는데, 만화의 배경 시기(당나라)와 지역(북방)이 완전히 달라 중국인의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황토공원 동굴집 ‘요동(窯洞)’

 

 


중국의 간쑤(甘肃), 산시(陝西, 산시(山西), 허난(河南)에는 63만㎢ 규모의 황토고원이 있다. 이 황토고원에는 건축재료로 사용할 수목도 별로 없고, 강수량도 상당히 부족했는데, 여기에 살던 사람들은 황토를 파서 만든 토굴집을 생각해 냈고, 이것을 ‘요동’이라 부른다. 요동은 지을 때 많은 목재가 필요하지 않아 척박한 황토고원에 적합하다. 흙을 파서 만든 집이다 보니 빗물에는 취약하나, 강수량이 극히 적다 보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요동은 만드는 방식에 따라 3가지로 나뉘는데, 평평한 지역에서는 땅을 깊게 파서 중정을 만들고 옆으로 굴을 파서 방을 만들었는데 이걸 하침식 요동이라고 한다. 절벽과 비탈이 있는 지역에서는 절벽과 비탈면에 굴을 파서 방을 만들었고 이걸 절벽식 요동이라고 하는데 가장 유명한 요동의 형태이다. 그 이외에도 흙을 파서 만들지 않고, 단순히 흙벽돌을 이용해 만든 독립식 가옥도 요동이라고 불린다.


요동과 관련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요동의 윗부분에는 식물을 심지 않았다. 왜냐하면 식물의 뿌리가 집을 약하게 만들었다.
-요동의 내부는 습기가 많아서, 집안에 쓰는 가구의 서랍은 습기로 인해 팽창해도 열릴 수 있게 일부러 틈새를 두었다.
-요동의 가구는 한정된 햇빛을 가리지 않고, 낮은 공간에 적합하도록 낮은 높이로 만들어졌다.
-하침식 요동집 상부에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모르고 떨어지지 않게 낮은 담을 만들었는데, 이를 여장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락사고가 가끔씩 일어난다고 한다.
 
학생기자 손제희(콩코디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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